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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임차인 '한잔의 룰루랄라'





STORY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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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바뀌어도 그 자리에서, 동네 사람들 이상의 배경이 되는 백년 가게.

우리에겐 왜 불가능한가요?"



- 한잔의 룰루랄라 -




'한잔의 룰루랄라'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홍대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어봤을 법한 그 곳, 한잔의 룰루랄라(이하 "룰루랄라")



"룰루랄라"가 폐업한지 1년 가까이 되었다. 이성민 대표의 기약없는 휴식에 옛 단골들은 SNS를 통해 탄식을 내놓기도 한다. '룰루랄라가 너무 그립다'는 탄식에서 '얼른 우리가 갈 가게를 내놓으라'는 협박성(?) 부탁까지. 이런 탄식들을 보면 재해로 붕괴되어 없어졌던 가게를 단골들이 멋대로 다시 만들어 버렸다는 일본의 한 스시집이 생각나기도 한다.




폐업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응원을 받고 있지만 "룰루랄라" 이성민 대표는 마음이 무겁다. 홍대 외곽의 인적이 드물던 상가에 "룰루랄라"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룰루랄라 거리'를 만들고 '룰루랄라 상권'을 만들어 온 지난 10년. 찾는 발길이 뜸하던 거리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주변의 가게들은 '룰루랄라 주변 상권'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홍대 중심 상권이 아닌, 외곽의 노후된 상가에 자리했던 "룰루랄라"까지 찾아오게 되었을까?



그것은 "룰루랄라"가 가진 고유의 콘텐츠 때문이었다.



"룰루랄라"의 시작은 만화를 중심으로 한 카페였다. 만화가들을 비롯한 만화 애호가들이 홍대 변두리에 자리잡은 이 카페의 초창기 단골이었다. 그러던 중 "룰루랄라"의 단골이었던 한 인디음악가와 함께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뒤 입소문이 나면서 내로라 하는 홍대 인디음악가들의 성지가 되었다.



가볍게 시작했던 공연이 꾸준히 운영되자 문화가 만들어졌다. 문화가 지속되자 '상권'이 생겼다.


그런데 "룰루랄라"의 고객들은 음악가의 팬들만이 아니었다.


이성민 대표의 비법이 담긴 카레를 먹으러 오는 맛집 탐방가가 있는가하면 다른 곳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 만화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 그 앞을 오가다 분위기가 좋아 들어온 사람들, 블로그나 SNS를 보고 호기심에 찾아온 사람들, 그러다 또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 그야말로 홍대의 '외곽'에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예전의 홍대스러움을 즐기러 오는 각양각색의 개성 넘치는 손님들이 즐비했다.



"룰루랄라"는 지난 10년 동안 그만의 상권을 만들어냈다. 모름지기 상권이라 함은 '이야기'라는 가치와 함께 해야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룰루랄라"는 커피, 맥주, 단품 요리 등을 판매했다. 갖가지 종류의 수제 맥주를 소개하면서 크래프트 맥주의 붐을 이끌기도 했다.이 대표의 비법이 담긴 룰랄레(룰루랄라 카레)는 폐업한 후에도 SNS에 "카레집(이라도) 열어주세요"라는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냥 맛집으로 소문만 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룰루랄라"는 여기에 '공연'이라는 컨텐츠를 더했다.


"룰루랄라"의 공연 수입은 공연자와 공간이 반분하는 방식으로 나누었는데 작은 규모의 카페 공연의 수준을 뛰어넘는 일이 많았다.


"룰루랄라"는 역세권도, 1층 상가도 아니었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애매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런 입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방에서도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났고 심지어 서울에 올 때마다 "룰루랄라"를 찾는다는



'다른 대륙'에서 오는 단골들도 생겼다. 손님들은 "룰루랄라"를 오기 위해 늘 이 번거로움을 즐겼다. "룰루랄라"의 오픈이 늦어지는 날이면 찾아왔던 손님들은 으레 그렇다는 듯, 근처의 카페에 잠시 자리 잡거나 서점을 둘러보거나 하며 그 또한의 여유를 즐겼다. 공연이 끝나면 주변의 고깃집이나 횟집을 찾아 뒤풀이를 이어가기도 했다.

사실 "룰루랄라"는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상권이었다. 그리고 그 상권은 그 부분만 쏘옥 도려내졌다. 2019년 봄, 10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켜왔던 "룰루랄라"는 사라졌다. 이야기가 '차고 넘치게' 많았던 "룰루랄라"의 상가와 상권은 바로 옆 모 백화점의 개발로 부동산 바람이 불면서 여러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게 된 것이다.



홍대의 상권 하나가 이렇게 또 덩그러니 사라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룰루랄라"와 같은 가게를 이렇게 부른다. 부동산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단어를 알고 있을 것이다.




<키 테넌트>

이른바 핵심점포.

상권을 만들어나가는 메인 상가인 키 테넌트에는 반드시 컨텐츠가 있다. "룰루랄라"의 차고 넘치는 컨텐츠가 이를 증명한다. 컨텐츠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다. 이 또한 "룰루랄라"의 지난 행보가 증명한다. "룰루랄라"가 자리잡는다면 그 상가에는 '문화 상권'이 만들어지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룰루랄라"는 로컬브랜드이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A급 키 테넌트의 역할을 해왔다. 아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룰루랄라"의 개성있는 컨텐츠의 힘은 오히려 A급 키 테넌트 이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룰루랄라 이성민 임차인은 한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건물의 재산으로써의 가치 뿐 아니라, 사람이 왕래하고 모여드는 공간으로써의 공공성도 함께 고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문화의 가치를 함께 키워갈 수 있는 임대인이 있다면 다시 가게를 오픈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그전 까지는 공간으로부터 놓여난 지금의 자유를 좀 더 만끽하고 싶습니다."




※참고

<룰루랄라, 난 너를 좋아했어> [한겨레21] 구둘래 / <유쾌한 작별 위한 길고 소박한 축제> [시사인] 김영화 / <차 한잔에 음악 한모금, 즐거워라 카페공연> [한겨레] 구둘래 / <하나쯤 있어야 할 문화공간이 왜 사라져갈까> [경향신문] 김태훈 / <칠룰루팔룰루 하세요> [한겨레21] 김송은 / <만화가 주인인 곳 향기가 남다르네> [시사인] 변진경 / <한잔의 룰루랄라 이성민대표 :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인물 인터뷰> [스트리트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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