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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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공간, 시적인 커피"
- 시적인 커피 -
왕십리 주택가, 오래된 기운을 감추려 알록달록 꾸며 둔 상가들이 줄지어 있는 좁은 골목 사이에 무채색의 가게가 있다. 문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커피향에 홀린듯이 들어가진다. 시적인 커피의 시트지가 깨끗이 붙어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한쪽 벽 가득 붙어있는 여러 장의 메모들과 책장 가득한 책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테이블은 4개, 그중 하나는 대표님이 작업하시는 공간이지만 가끔 원하시면 그 자리도 내어주신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 동네에서 자라 자신이 잘 아는 동네, 향수가 짙은 이 곳에 책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적인 커피’를 차렸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놀았어서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이었어요. 가게를 차린다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오른 동네였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마음이 간다는 이유로 결정한 것은 아니에요. 주변 상권과 거주민들의 나이대를 봤을 때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나 독립 서점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적인 커피’ 근처에 키 테넌트가 되는 상가가 아직은 적다고 생각하여 잘 아는 곳에서 키 테넌트가 되고자 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책을 좋아했던 홍윤기 대표님의 ‘시적인 커피’는 화려한 대형 서점같은 느낌이 아닌 헌책방 같은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이 있다.
트렌디함을 쫓아가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잘 녹여낸 ‘시적인 공간’
커피를 파는 서점이 아닌, 책을 판매하는 카페
‘시적인 커피’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글과 커피 둘 다 공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
홍윤기 대표님이 직접 내려주는 개성 있는 핸드드립 커피들은 종류가 계속해서 바뀐다. 원두 종류뿐만 아니라 날씨나 원두의 상태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그에 맞게 추출을 달리하여 언제나 가장 좋은 맛을 찾아 내어드린다고 한다.
익숙치 않은 원두들을 보고 있자면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개개인의 기호에 맞게 추천해주는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다보면 금새 친근해진다. 맛있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커피의 풍미를 편하게 즐기고 다 마시면 아쉽고. ‘시적인 커피’ 안에서는 모든 것과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많지 않은 좌석들. 오래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옛 것의 괘종시계. 많지는 않지만 정성스럽게 큐레이팅 된 책들로 채워진,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엿보이는 책장. 에스프레소 머신 없는 커피 바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커피 향. 그리고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낱말들’이 적혀있는 입간판.
‘새로운 것은 환영받고, 익숙한 것은 사랑받는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홍윤기 대표님은 환영받는 것보다는 사랑받는 것을 택했다.
“제가 생각하는 감성적인 공간은 지금 사람들이 찾는 곳들과는 많이 다르긴 해요. 저희 매장에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라거나 먹음직스럽게 꾸며놓은 디저트와 음료들이 있진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가 ‘시적인 커피’를 방문했을 때, 자기 안에 응어리진 것들을 발견하고 되짚어가면서 본인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나 희망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장치들을 많이 설치해놨어요. 굳이 단어를 찾자면 ‘감성적’이기 보다‘서정적’인 공간인 거죠. 소수의 인원들이 책을 즐기고, 커피를 마시면서 저랑 대화하고, 그러다 보면 또 옆에 앉은 손님과도 대화할 수도 있고요. 저는 제가 내린 커피를 손님이 즐겨주셨으면 하고, 그러면서 저와 대화하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손님과 손님끼리 친해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에요. 고민이 있다며 상담을 청하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끄적이다가 가시거나, 또는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보러 와주셔요. 제가 생각하는 감성적인 공간이란 이런 공간입니다.”
원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던 홍윤기 대표님의 ‘시적인 커피’는 사랑방과 닮아있다. 굳이 커피가 아니어도 쉴만한 공간이 필요할 때 생각이 나는 곳.
홍윤기 대표님이 생각하는 디테일이 하나하나 모여 편안함과 안락함이 있는 시적인 커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장치가 잘 작용되고 있다는 증거로 이 곳은 단골손님이 주를 이룬다.
"이 공간은 저 자체도 손님들과 대화하기가 편하고 좋아요. 그래서 손님과 손님끼리의 대화도 자주 시도해보는데 그것도 되게 잘 되더라고요. 매장이 제가 생각했던 의도대로 흘러가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카페라는 공간은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서 시작한 공간이 아니라 예술가나 정치인, 문인들이 모여 교류하며 한 주제에 대해 깊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시작된 것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시적인 커피’도 ‘교류의 장’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손님들끼리 저 몰래 어느새 친해지고, 저와 시적인 커피가 매개가 되어 사람들이 와서 공간과 마음을 채워주는 따듯한 하나의 셰어 공간처럼요.
매장의 기획 의도에 맞는 이런 저런 소모임들을 기획했는데 오픈과 동시에 코로나가 시작되어 거의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여기 신천지 전도방 아니냐 하는 민원이 들어온 적도 있고, 나중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어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커피나 독서에 관련된 모임들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따로 소모임들을 진행하시고자 할 때 저희 공간을 찾아주시는 것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홍윤기 임차인은 이런 공간을 원해요]
일단 큰 원칙은 일상에 분주하면서 거리를 둘 수 있을 만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공간을 안락하고 친근하게 꾸며놨다고 하더라도 상권의 분위기나 오시는 손님들의 성향에 따라서 분위기가 좌우되거든요. 같은 취향을 공유할 만한 사람들의 유입이 쉬울 수 있는 공간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왕십리를 떠난다고 한다면 서촌이나 후암동 같은 잔잔하면서도 젊은 층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 더 많은 책과 원두를 소화할 수 있으면서 작은 소모임을 진행하기에도 충분한, 지금보다는 조금 넓은 공간을 원해요. 상의 유행보다 저 개인의 취향을 담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얼핏 보기에는 보잘 것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공간인데 가능성을 봐주시고 인터뷰 제안을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지금 가져다 둔 책과 원두들 외에도 더 많은 취향들을 보여드리고 소개하고 싶었는데 좋은 계기가 생긴 것 같아 기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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